문학35 [전문] 이십세의 야망가 - 김동인 나의 이십 살 때 ⎯⎯ 그 때는 꼭 三[삼]•一[일] 사건의 다음 해요, 내가 문학 생활을 시작한 지 꼭 이태째 되는 해외다. 三[삼]•一[일] 사건이라 하는 것은 그때의 조선을 후조선으로 나누니만치, 조선에 있어서는 뜻 깊은 운동이었읍니다. 조선 사람들은 모두 이 사건에 자극이 되어 무엇이든 해보겠다고 움직이기 시작한 때였읍니다. 마침 文學生活[문학생활]을 시작한 직후에 또한 이런 큰 사건이 있었읍니다. 조선문학의 開拓者[개척자] ⎯⎯ 이런 놀라운 野望[야망]을 품고 있던 나는 이 〈움직이는 조선〉에 더욱 등이 밀리는 듯하여 성급히 앞으로 邁進[매진]할 따름이었읍니다. 때가 때였읍니다. 나이가 나이였읍니다. 게다가 방금 文學 [문학]의 길에 발을 들여 놓은 풋靑年[청년]이었읍니다. 앞뒤를 돌아보거나 남.. 2020. 12. 20. [전문] 몽유병자의 일기 - 심훈 ─ 어느 날 일기에서 새벽 네 시 ─ 소스라쳐서 뒤숭숭한 꿈을 깨었다. 눈을 멀거니 뜨고 늘어 졌으려니까 갖은 환상이 스러진 꿈의 꼬리를 붙들고 천정에다가 가지각색의 파문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동안에 동이 트고 날이 새었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품에 머리를 파묻고 ‘콩쥐팥쥐’ 이야기를 듣던 때나, 금시로 대통령이 되고 내일쯤은 대문호가 될 듯이 믿어지던 소년시대에 꾸던 꿈과 그려보던 주착없는 공상이 피곤한 머리 속을 휘저어놓을 때가 많다. 가슴과 다리에 네 군데나 수술을 받고 ‘미이라’ 모양으로 반듯이 누워 호흡만 겨우 할딱할딱 할 때에는 동공이 광선과 마주치기만 해도 신경이 항분(亢奮)해서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이름 지을 수 없는 희멀건 그 무엇만이 나의 전부를 차지할 적이 있다. 그것은 제법 무슨 .. 2020. 12. 20. [전문] 봄철에 가장 사랑하는 꽃 - 방정환 나는 이런 꽃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사랑하며 좋아합니다. 곱게 피는 꽃이면 모두 좋지만, 봄에 피는 꽃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히아신스와 복사꽃입니다. 산이나 들에 산보를 가거나, 공원이나 동물원 잔디밭에 가서, 노곤하게 누워 있고 싶게 햇볕이 좋은 봄날, 조용한 동리를 지나다가 길갓집 울타리 안에 복사꽃 몇 가지가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세상에 그보다 더 아담하고 귀여운 것은 없어 보입니다. 마치 시집가게 된 처녀가 분홍빛 새 치마를 입고, 뒤꼍에 나서서 봄볕을 쪼이는 것 같다 할까요. 그래 그 집에 좋은 처녀라도 있는 것 같고 그런 집이 두어 집 있으면, 그 동리가 온통 깨끗하고 조촐한 좋은 동리같이 생각됩니다. 지금은 봄철의 꽃 구경! 하면 으레 벚꽃을 생각하지만 복사꽃같이 깨끗하고 아름.. 2020. 12. 20. [전문] 童話[동화] 作法[작법] - 방정환 ─ 동화짓는 이에게 ─ 동화, 동요, 소품문 세 가지 작법을 90 줄에 쓰라는 것은 도저히 못할 말이니, 동화, 동요를 짓는 이의 주의할 것 몇 가지만 간단히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90줄에 될는지……. 동(童)은 아(兒)이란 동(童)이요, 화(話)는 설화(說話)의 화(話)인즉, 결국 동화(童話)는 아동 설화(兒童說話)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동 이외의 사람이 많이 읽거나, 듣거나 하는 경우에라도 동화 그것은 아동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될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므로, 동화가 가져야 할 첫째 요건은 아동들이 잘 알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사이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것이나, 또 어린이 사이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동화를 소설 쓰듯 하느라고 공연한 노력을 많이 한 것이 많습니다. .. 2020. 12. 20. [전문] 봉별기 - 이상 1 스물세 살이오―삼월이오―각혈이다. 여섯 달 잘 기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어 코밑에 다만 나비만큼 남겨 가지고 약 한 제 지어 들고 B라는 신개지(新開地) 한적한 온천으로 갔다. 게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그러나 이내 아직 기를 펴지 못한 청춘이 약탕관을 붙들고 늘어져서는 날 살리라고 보채는 것은 어찌하는 수가 없다. 여관 한등(寒燈) 아래 밤이면 나는 늘 억울해 했다. 사흘을 못 참고 기어이 나는 여관 주인영감을 앞장세워 밤에 장고소리 나는 집으로 찾아갔다. 게서 만난 것이 금홍(錦紅)[1]이다. “몇 살인구?” 체대(體大)가 비록 풋고추만하나 깡그라진 계집이 제법 맛이 맵다. 열여섯 살? 많아야 열아홉 살이지 하고 있자니까, “스물한 살이에요.” “그럼 내 나인 몇 살이나 돼뵈지?” “글쎄 마.. 2020. 12. 20.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