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5 [전문] 치숙 - 채만식 작품소개 채만식(蔡萬植)이 지은 단편소설. 1938년 3월 7일부터 14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레디 메이드 인생>·<명일>·<소망>·<패배자의 무덤>·<냉동어> 등 일련의 작품들과 아울러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수난과 현실에 대응하는 양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키,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姑母夫) 그 양반……. 뭐, 말도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 신세 간데없지요. 자, 십 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 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前科者)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 2021. 4. 3. [전문] 할머니의 죽음 - 현진건 '조모주 병환 위독' 삼월 그믐날, 나는 이런 전보를 받았다. 이는 ××에 있는 생가(生家)에서 놓은 것이니 물론 생가 할머니의 병환이 위독하단 말이다. 병환이 위독은 하다 해도 기실 모나게 무슨 병이 있는게 아니다. 벌써 여든 둘이나 넘은 그 할머니는 작년 봄부터 시름시름 기운이 쇠진해서 가끔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그 동안 자손들로 하여금 한두 번 아니게 바쁜 걸음을 치게 하였다. 그 할머니의 오 년 맏이인 양조모(養祖母)는 갑자기 울기 시작하였다. "아이고……이승에서는 다시 못 보겠다. 동서라도 의로 말하면 친형제나 다름이 없었다…… 육십 년을 하루같이 어디 뜻 한번 거슬러 보았을까……."연해 연방 이런 넋두리를 섞어가며 양조모는 울었다. 운다하여도 눈가장자리가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릴 뿐이었다. 워낙 .. 2021. 4. 1. 사도 바울의 성격 - 김교신 바울의 선생이었던 가말리엘은 희랍 문학과 철학 사조에 조예 깊기로써 당대 예루살렘 학계에 최고 대가이었을뿐더러 그 성격이 온유 중후한 것으로써 특색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교사의 그 온유한 성격만은 제자에게 전수할 길이 없었던지 바울(당시의 사울)은 사도 되기 전부터 그 선생과는 정 반대의 열정적 성격이었다. 바리새주의의 엄격한 기질은 가말리엘의 중용적이요, 상식적인 지혜의 감화에도 영향을 받음이 없었다. 바울은 여호와와 그 율법의 명예를 위하여는 매우 열정적이었다(사도행전 22. 3). 바리새주의에 대해서도 비상한 열심이었다(갈라디아 1. 14). 무슨 한 가지 생각에 열중하게 된 때는 아주 저돌적으로 맹렬하게 그 목표를 향하여 돌진하는 성격이 젊어서부터 현저하였다. 예루살렘에 크리스천의 소단체가 형성.. 2021. 4. 1. [전문] 원고료 이백원 - 강경애 친애하는 동생 K야. 간번 너의 편지는 반갑게 받아 읽었다. 그리고 약해졌던 너의 몸도 다소 튼튼해짐을 알았다. 기쁘다. 무어니무어니해도 건강밖에 더 있느냐. K야 졸업기를 앞둔 너는 기쁨보다도 괴롬이 앞서고 희망보다는 낙망을 하게 된다고? 오냐 네 환경이 그러하니만큼 응당 그러하리라. 그러나 너는 그 괴롬과 낙망 가운데서 당연히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쁘고 희망에 불타는 새로운 길을 발견해야 한다. K야 네가 물은 바 이 언니의 연애관과 내지 결혼관은 간단하게 문장으로 표현할 만한 지식이 아직도 나는 부족하구나. 그러니 나는 요새 내가 지내는 생활 전부와 그 생활로부터 일어나는 나의 감정 전부를 아무 꾸밀 줄 모르는 서투른 문장으로 적어 놀 터이니 현명한 너는 거기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하여 .. 2021. 3. 30. [전문] 이상한 선생님 - 채만식 작품 소개 일제시대 당시, 권력에 아부한 박선생과 소극적으로 반항하는 주인공 강선생을 통해 채만식 본인의 친일 행위를 반성하는 자서전적 소설임.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 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일제의 탄압이 심했고, 해방된 후에는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간섭이 시작되었다. ‘이상한 선생님’은 그 당시 상황을 어린아이인 ‘나’의 시선으로 그린 소설이다. 1 우리 박선생님은 참 이상한 선생님이었다. 박선생님은 생긴 것부터가 무척 이상하게 생긴 선생님이었다. 키가 한 뼘밖에 안 되는 박선생님이라서, 뼘생 또는 뼘박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박선생님의 키는, 키 작은 사람 가운데서도 유난히 작은 키였다. 일본 정치 때, 혈서로 지원병을 지원했다 체격검사에 키가 제 척.. 2021. 3. 30. [전문] 결혼식 - 김동인 어떤날 어떤 좌석에서, 몇 사람이 모여서 잡담들을 하던 끝에 K라는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물었다. “자네, 김철수라는 사람 아나?” “몰라.” 나는 머리를 기울이며 대답하였다. 물론 ‘김’이라는 성이며 ‘철수’라 는 이름은 흔하고 흔한 것인지라 어디서 들은 법도 하되, 이 좌석에서 새삼스레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김철수’가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으므 로……. “아마 모르리. 지금도 조도전(早稻田) 대학 재학생이니까…….” “모르겠네.” “송선비라는 여자는 아나?” “몰라. 아, 가만있게. 뭘 하는 여잔가?” “○유치원 보모.” “응, 생각나네. 아주 멋쟁이.” 나는 언젠가 유치원 연합 운동회에서 본 기억을 일으키며, 그 많은 관중 앞에서 필요 이상의 멋을 부리며 돌아가던 어떤 보모를 머리에 그려보면서.. 2021. 3. 27.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