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선생이었던 가말리엘은 희랍 문학과 철학 사조에 조예 깊기로써 당대 예루살렘 학계에 최고 대가이었을뿐더러 그 성격이 온유 중후한 것으로써 특색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교사의 그 온유한 성격만은 제자에게 전수할 길이 없었던지 바울(당시의 사울)은 사도 되기 전부터 그 선생과는 정 반대의 열정적 성격이었다. 바리새주의의 엄격한 기질은 가말리엘의 중용적이요, 상식적인 지혜의 감화에도 영향을 받음이 없었다.
바울은 여호와와 그 율법의 명예를 위하여는 매우 열정적이었다(사도행전 22. 3). 바리새주의에 대해서도 비상한 열심이었다(갈라디아 1. 14). 무슨 한 가지 생각에 열중하게 된 때는 아주 저돌적으로 맹렬하게 그 목표를 향하여 돌진하는 성격이 젊어서부터 현저하였다. 예루살렘에 크리스천의 소단체가 형성될 때에 유대교에 속한 바울이 이 신종교에 대하여 가공할 적개심으로써 대하였음도 신정(神政)과 정통적 율법의 권위를 위하는 충성으로 나온 것이라 하나(사도행전 6.13-14), 또한 그 천성이 자연스럽게 발로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 불길 같은 영악한 심성은 스데반이 순교당하는 마당에서 드디어 폭발하였다. 당시의 사울은 아직 일선에서 지도하는 역할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자진하여 그 일에 찬동하였다(사도행전 8.1, 22.20). 그 후 얼마 안되어서 교회의 권위를 몸에 지니고 온 유대 지방의 기독교회를 핍박하는 자가 되어 초대 교회의 가장 큰 공포물이 되었다(갈라디아 1.22). 바울은 크리스천에게 대하여 결정적으로 과혹(過酷)하게 가해하였다(사도행전 22. 3, 26. 10 등). 그 가해 추격함이 맹렬 혹심하였던 것은 저가 개종한 후에 그 일을 심심(深甚)하게, 통절하게 회한하였음으로도(고린도 전서 15. 8-9, 갈라디아 1. 13, 에베소 3.8, 빌립보 3.6, 디모데 전서 1.13 등 참조) 짐작할 수 있다.
바울 자신이 회한한 것처럼 위와 같은 행동은 그 동기가 자기가 품고 있는 사상과 신념을 최고 지성(至聖)한 것인 줄로 알고 그릇된 경건과 원기와 충성을 다한 것이었으나 그 본심인즉 이기적인 욕심 없이 진리를 열애(熱愛)하여 여호와께 진충(盡忠)하자는 것이었다. 그 단순한 지성(至誠)의 열심히 바울을 몰아 팔레스타인 지방의 국경을 넘어 멀리 다메섹에까지 박해의 독인(毒刃)을 휘두르고자 떠나게 했을 때에 비상한 방법으로써 주 예수는 이 비범한 인물을 사로잡았다(사도행전 9. 1 이하, 26. 9, 고린도 전서 9. 1, 15. 8, 빌립보 3. 12).
이때에 사울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를 발견함으로써 모든 진리의 원천에 도달하였고, 모든 능력의 근원을 파지(把持)하였다. 사도로서 그 저돌적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다른 12사도들보다 더 넓게, 깊게 복음의 진리를 확장하며 전파하였다. 비록 그 체구 소약(小弱)해 보였으나 저는 이방 세계를 삼키고 전 우주를 그리스도의 영으로써 삼켜 버렸다. 저는 박해할 때에도 전력으로 했거니와 주 예수를 위함도 전심(專心)으로 하였다. 바울은 ‘반심(半心)’으로 살 수 없는 인간이었다.
(1937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