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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날개 - 이상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 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 — 만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끔 되고 그만둔 .. 2021. 3. 19.
[전문] 물매미 - 계용묵 물매미 놀림은 역시 아침결보다 저녁결이 제 시절이다. 학교로 갈 때보다는 올 때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아침에는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내빼던 놈들이, 돌아올 때면 그적에야 아주 제 세상인 듯이 발들을 콱 붙이고 돌라 붙는다. 오늘도 돈 천 원이나 사 놓게 된 것은 역시 오후 네 시가 지나서부터다. 지금도 어울려오던 한 패가 새로이 쭈욱 몰려들자, 물매미를 물에 띄운 양철 자배기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칸을 무수히 두고, 칸마다 번호를 써 넣은 그 번호와 꼭같은 번호를 역시 1에서 20까지 쭉 일렬로 건너쓴 종이 위에 아무렇게나 놓았던 미루꾸 갑을 집어들고, “자, 과잔 과자대루 사서 먹구두, 잘만 대서 나오면 미루꾸나, 호각이나, 건, 소청대루 그저 가져가게 된다. 자, 누구든지.” 하고 노인은 .. 2020. 12. 20.
[전문] 낭객의 신년 만필 - 신채호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필) 작품의 소개 이 작품은 중국에 머물며 독립 운동에 가담하고 있던 작자가 국내 독자들을 위해 쓴 것이다. 이 글에는 국권상실의 시대에 우리 문예의 의식과 사명이 오로지 일제 강점기라는 현실 극복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여기에 제시된 부분은 문예 운동의 피해를 비판한 부분이다. 작자는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으므로 조선의 현실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나, 근래 문예 운동이 성행하는 사실을 안다고 하며 그 문예 운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한다. 그 비판을 위해 중국의 한 잡지에 실린 중국 문예 운동의 폐해에 대한 글을 인용하는데, 중국의 경우가 우리의 경우와 유사하다는 것이 작자의 주장이다. 결국 문예 운동의 성행이 다른 사회 운동을 소멸시키고 있다.. 2020. 12. 20.
[전문] 이태리 영화와 여배우 (1956) - 박인환 최근의 이태리 영화의 성공은 절반은 여배우들의 힘이고 그들은 하룻밤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이태리 영화가 성공한 이유의 다른 절반은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하고 카메라(원문에는 ‘아메리’로 되어 있으나 문맥상 ‘카메라’의 잘못된 표기로 보임 ─ 편집자) 앞에서 그들의 동작을 하나하나씩 지도하고 그리고 여러 번에 걸쳐서 다른 더 매력이 있는 여성의 목소리를 에프레코(후에 녹음한다는 뜻)하는 영화감독의 수완이다. 그러한 감독의 한 사람인 에마누엘 카스트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들은 아름다운 꽃이라면 보자마자 꺾어둡니다. 오피스에서도 상점에서도 공장에서도 농원으로부터라도 또는 길거리에서라도 꺾습니다.” 이러한 정도로 이태리 영화에서는 여배우가 소중하여 세계 영화 수출에 있어 영국, 불란서를 능가.. 2020. 12. 20.
[전문] 조선혁명선언 - 신채호 1 강도 일본이 우리의 국호(國號)를 없이하며, 우리의 정권(政權)을 빼앗으며, 우리의 생존적 필요조건을 다 수탈하였다. 경제의 생명인 산림·천택· 철도·광산·어장……내지 소공업 원료까지 다 빼앗아 일체의 생산기능을 칼로 베며 도끼로 끊고, 토지세(土地稅)·가옥세(家屋稅)·인구세(人口稅)·가축세(家畜稅)·백일세(百一稅)·지방세(地方稅)·주초세(酒草稅)· 비료세(肥料稅)·종자세(種子稅)·영업세(營業稅)·청결세(淸潔稅)·소득세 (所得稅)……기타 각종 잡세가 축일(逐日) 증가하여 혈액은 있는 대로 다 빨아가고, 여간 상업가들은 일본의 제조품을 조선인에게 매개하는 중간인이 되어 차차 자본 집중의 원칙하에서 멸망할 뿐이요, 대다수 인민 곧 일반 농민들은 피땀을 흘리어 토지를 갈아, 그 종년(終年) 소득으로 일신과.. 2020. 12. 20.
[전문] 이십세의 야망가 - 김동인 나의 이십 살 때 ⎯⎯ 그 때는 꼭 三[삼]•一[일] 사건의 다음 해요, 내가 문학 생활을 시작한 지 꼭 이태째 되는 해외다. 三[삼]•一[일] 사건이라 하는 것은 그때의 조선을 후조선으로 나누니만치, 조선에 있어서는 뜻 깊은 운동이었읍니다. 조선 사람들은 모두 이 사건에 자극이 되어 무엇이든 해보겠다고 움직이기 시작한 때였읍니다. 마침 文學生活[문학생활]을 시작한 직후에 또한 이런 큰 사건이 있었읍니다. 조선문학의 開拓者[개척자] ⎯⎯ 이런 놀라운 野望[야망]을 품고 있던 나는 이 〈움직이는 조선〉에 더욱 등이 밀리는 듯하여 성급히 앞으로 邁進[매진]할 따름이었읍니다. 때가 때였읍니다. 나이가 나이였읍니다. 게다가 방금 文學 [문학]의 길에 발을 들여 놓은 풋靑年[청년]이었읍니다. 앞뒤를 돌아보거나 남..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