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8 [전문] 몽유병자의 일기 - 심훈 ─ 어느 날 일기에서 새벽 네 시 ─ 소스라쳐서 뒤숭숭한 꿈을 깨었다. 눈을 멀거니 뜨고 늘어 졌으려니까 갖은 환상이 스러진 꿈의 꼬리를 붙들고 천정에다가 가지각색의 파문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동안에 동이 트고 날이 새었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품에 머리를 파묻고 ‘콩쥐팥쥐’ 이야기를 듣던 때나, 금시로 대통령이 되고 내일쯤은 대문호가 될 듯이 믿어지던 소년시대에 꾸던 꿈과 그려보던 주착없는 공상이 피곤한 머리 속을 휘저어놓을 때가 많다. 가슴과 다리에 네 군데나 수술을 받고 ‘미이라’ 모양으로 반듯이 누워 호흡만 겨우 할딱할딱 할 때에는 동공이 광선과 마주치기만 해도 신경이 항분(亢奮)해서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이름 지을 수 없는 희멀건 그 무엇만이 나의 전부를 차지할 적이 있다. 그것은 제법 무슨 .. 이전 1 ··· 122 123 124 125 126 127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