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집 문 앞에서 맴돌이하던 이야기1 기생집 문 앞에서 맴돌이하던 이야기 - 채만식 K와 S는 다같이 술이 얼큰히 취하였다. 그들이 T관 문 앞에서 불러 놀던 기생 H에게 “안녕히 주무세요” 하는 인사를 받고 길거리로 나선 때는 자정이 벌써 지났다. 두 사람은 다 남북으로 갈리었다. ── K는 이문(里門)안으로 S는 종로편으로. 갈리면서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하였다. “잘 가게.” “응, 잘 가게.” “웬만하면 택시라도 타지!” “아니 괜찮아…… 뭘 내가 취한 줄 아나?” “취하지야 아니했겠지만 어찌 마음이 놓이질 않는걸……” “내 걱정은 말고 차라리 자네가 타고 갈 도리를 해야 하겠네.” “아니 괜찮아.” “자, 그러면.” “응, 그러면 내일 구락부에서 만나세.” 이리하여 두 사람은 갈라섰다. K는 외투깃을 세워 목을 푹 파묻고 어두컴컴한 이문안길을 빠져 사동(寺洞)의 큰거리로 나섰다.. 2021. 4. 5. 이전 1 다음